<침묵의 봄, 고립된 봄>
미국 대륙 한가운데쯤 모든 생물체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하나 있다....그런데 어느 날 낯선 병이 이 지역을 뒤덮어버리더니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악한 마술의 주문이 마을을 덮친 듯 했다....낯선 정적이 감돌았다....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세상은 비탄에 잠겼다....오늘날 미국의 수많은 마을에서 활기 넘치는 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번역 김은령, 에코리브르)
레이첼 카슨 박사가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출간한 것은 1962년 9월. 하지만 카슨 박사는 1958년부터 이 책을 구상했고, 60년 전인 1960년 봄에도 아마도 필요한 자료를 챙기고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확진자 숫자가 2만5000명이 넘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고)로 번진 2020년 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로 고립된, 격리된 봄(Isolated Spring)을 보내고 있다.
물론 DDT로 인해 새들과 곤충 등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상상의 <침묵의 봄>과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 60년 뒤의 실제 상황인 <고립된 봄>은 다르다.
그러나 카슨 박사는 <침묵의 봄>에 이렇게 썼다.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가로막은 것은 마술도,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꺼내온 것은 분명 사람일 것이다.
야생동물을 잡아먹다가 바이러스가 뒤섞인 것인지, 아니면 야생동물을 붙잡아다 실험하다 옮긴 것인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고 잠식해 들어간 탓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강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