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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편지 총회

푸른하늘김 2020. 3. 20. 18:22

한강 선생님들께,

 

새 봄, 잘 지내시는지요?

하루가 다르게 샛강 숲 버들가지 초록이 진해집니다. 샛강 다리 위에서 보면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초록이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 같기도 합니다. 어느새 산수유는 지기 시작했고, 개나리가 작고 귀여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새 봄처럼 기분 좋은 소식 먼저 전합니다.

샛강에서의 1년, 버드나무들과 같이 사계절을 한차례 보내고 나니 새로운 샛강 시대가 열렸습니다. 저희 한강조합이 ‘여의샛강생태공원 민간위탁’ 사업자로 선정이 된 것입니다. 조합원님들의 참여와 응원 덕에 얻은 결과입니다. 고맙습니다.

 

샛강 위탁운영은 4월부터 시작입니다. 금방이지요. 우리가 같이 꿈꾸고 바라던 것들을 차근차근 실현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소 낡고 어둑하여 활기가 적었던 이 곳을 어린아이들이 왁자지껄 놀며 배우고 누구라도 오셔서 행복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어 나갈 것입니다.

 

오늘 낮에는 변덕스런 봄바람과 부서지는 햇살 아래 한 시간여 서 있었습니다. 달콤한 향기를 잔뜩 뿌리는 매화 나무 옆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다정한 노부부,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남자, 친구들끼리 나온 아주머니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걷는 부모…

 

백명이 넘는 시민들에게 선물을 드렸습니다. 오늘 준비한 선물은 두 가지, 공적 마스크는 더 필요한 분에게 양보하고, 건강하다면 면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어 코로나를 예방하자는 캠페인으로 면마스크와 손세정제가 들어있는 선물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통 크게 후원해주신 선물입니다. 두번째 선물은 한강에서 정성껏 마련한 샛강 동식물 안내 팜플렛.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관찰하시라고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코로나는 멀리, 자연은 가까이’. 캠페인이 오늘 런칭되었습니다.

 

“코로나로 힘드셨죠? 이 팜플렛 보시며 자연 속에서 천천히 걸어보세요.”

“그냥 드리는 선물입니다. 받아가세요.”

 

많은 시민들이 조건없이 드리는 선물에 반신반의하며 다가옵니다. 건강하시라고, 기왕이면 일회용 마스크는 쓰지 마시고 면마스크를 사용해보시라고, 산책을 하며 더 천천히 걷고 박새와 오리를 찾아보라고 권했습니다. 시민들의 얼굴이 이내 활짝 펴지고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참 좋은 일 하시네요.”

햇살과 바람 아래 한 시간여 서있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흐뭇했습니다. 다같이 힘든 시기에,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를 조금이라도 건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한강조합이 <코로나는멀리자연은가까이> 캠페인을 한다니 여기저기서 선물들을 주십니다. 수프로에서 다육이식물 천 개를,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면마스크&손세정제 세트 천이백개를, 아이쿱생협에서 상품권을, 남이섬에서 무료입장권을 후원해주셨습니다. ‘한국의 새’ 저자이신 이우신 교수님이 조류도감 여러 권을, 에코샵홀씨에서 에코손수건과 루페를 보내주셨습니다. 이 모든 선물들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나누어 드릴 생각입니다.

 

한편 오늘 한강조합은 서면대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회자료집은 http://bit.ly/3b9yYPA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가 장기화되어 온 사회가 침체기이지만, 저희는 꾸준히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이번 3월에는 사철나무 3천5백그루, 굴취한 나무 200여 그루를 심고 있고, 당분간 저희끼리라도 계속 심을 예정입니다. 샛강숲을 만들기 위해 모금함도 열었습니다. 댓글과 공유로도 후원이 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시고 봄이 가기 전에 샛강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연을 가까이 만나는 샛강에서.

2020.03.20

한강조합 사무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