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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

푸른하늘김 2019. 12. 22. 14:59

꼭지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생을 살았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골목길 꼬불 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그늘에 웬 민들레

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로 넘어가냐

주전자 꼭다리처럼 떨어져 저 어느 한 점 시간처럼 새 넘어간다.

( 현대문학 2004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