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생을 살았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골목길 꼬불 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그늘에 웬 민들레
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로 넘어가냐
주전자 꼭다리처럼 떨어져 저 어느 한 점 시간처럼 새 넘어간다.
( 현대문학 2004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