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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김집<건축가, ‘내집 100배 잘 짓는 법’ 저자>

푸른하늘김 2019. 8. 6. 09:10

패시브하우스/김집<건축가, ‘내집 100배 잘 짓는 법저자>

에너지 사용 기존 대비 10분의1 삼중유리창 등 단열효과 극대화

체온 정도로 20따뜻 벽체·지붕 등 구조 단순화 필수/한국의 바닥난방과는 맞지 않아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자연재해다. 인류가 사용하는 화석에너지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졌고, 그 결과 온난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자연을 파괴한 인류에 대한 지구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그 화석에너지 사용의 중심에 주택이 있다. 난방을 위해 엄청난 양의 화석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난방에 사용하는 화석에너지를 10분의 1로 줄이는 것은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1991년 독일 헤센주 다름슈타트(Darmstadt)에 주택 하나가 완공됐다. 이 집에 사람이 거주하면서 난방에너지를 측정해봤더니 기존 주택의 10분의 1 정도만 사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것이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의 시초가 됐다. 패시브하우스의 사전적 의미는 수동적(Passive)인 집이라는 뜻으로 능동적(Active)으로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액티브하우스(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액티브하우스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을 이르는 것으로, 화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유리포트와 같은 집이다. 유리포트는 빨리 끓고 빨리 식는다. 반면 패시브하우스는 집안의 열 유출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액티브하우스의 10분의 1로 줄이는 고효율 에너지 주택을 말한다. 패시브하우스는 궁극적으로 난방을 위한 설비 없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건축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물을 고단열·고기밀로 설계하고 열교환환기장치를 이용해 환기로 인해 버려지는 열을 철저하게 회수해야 한다. 단열재를 벽체의 중간이나 안이 아닌 벽 바깥(외단열)에 설치하고, 삼중유리창을 사용하는 등 단열효과를 극대화하는 공법을 써야 한다. 이럴 경우 패시브하우스에서 요구되는 열량은 20(6)를 기준으로 할 때 사람 두명의 체온 혹은 촛불 하나가 생산해내는 정도다. 그만큼 적은 열량으로 한겨울을 지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집에 대한 우리의 정서로 보면 낯설기 짝이 없는 집이지만 꿈이 아닌 현실에서 지금 구현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의 여러 요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단순함이다. 집 벽체의 구조나 지붕이 복잡하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는 패시브하우스의 조건에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같이 모던한 단순함이 주를 이룬다. 혹자는 패시브하우스가 다 좋은데 멋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멋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패시브하우스라는 용어가 우리 실정에 맞는 표현인지 의문이 든다. 독일과 우리는 난방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은 공기를 덥히는 건식난방을 하지만 우리는 바닥난방 위주의 좌식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바닥이 따뜻해야 쾌적함을 느끼는데 바닥을 난방한 상태에서 공기까지 데우면 오버히트(과열)가 된다. 이것이 우리의 주택문화와 맞지 않는 지점이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의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고 한다면 바닥난방을 포기해야 한다. 만일 바닥난방을 포기할 수 없다면 용어 그대로의 패시브하우스를 고집하지 말고 대신 패시브하우스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 저에너지하우스를 지으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