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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 임성숙 시인

푸른하늘김 2019. 7. 19. 11:08

이사 - 임성숙 시인

 

그대 옷자락 휘날리는 방향으로

이사가려 한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때 묻은 이삿짐을 꾸린다

사랑스런 그대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때

수없이 자리를 옮길 때마다

엎치락뒤치락 보채던 욕망의 잔뿌리

언젠가 잔뿌리마저 말끔히 뽑혀

강물에 씻기어 흘러가고

맨발 맨손으로

마지막 이사할 그 때까지

머나먼 그 땅에 정착할 때까지

때 묻은 이삿짐을 꾸리고 또 꾸리며

 

그대 옷자락 펄럭이는

사막이든 광야든 끌 흐리는 샘가든

어디든지 이사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