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海棠花)의 환상(幻想)- 최규창 시인
아침이면
얼굴에 스며드는
소금바람이 달큼했다
어느 일꾼의 손이었더라
이 넓다란 공원구석에
심어진 것은
공일(空日)도 없이
하루 종일
광고(廣告)와 자동차의
소음(騷音)으로 들끓고
귓속에는
한마리의 벌이
윙윙거린다
어느 길손이 말하였더라
이미 말은 물물교환의
허영(虛榮)이라고
잎새에 정맥(靜脈) 속에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는 기억이
겨우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햇살은
소금바람에 젖어
내일(來日) 앞에 하늘거리고
초라한 귀가(歸嫁)길을
서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