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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이형기

푸른하늘김 2019. 7. 7. 16:24

 

귀로... 이형기

 

이제는 나도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는 등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복된 저녁상을 받고 앉었을 게다.

 

지금은

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시간,

한오큼 내 각혈의

선명한 빛깔 우에 바람이 불고

지는 가랑잎처럼

나는 이대로 외로워서 좋다.

 

눈을 감으면

누군가 말없이 울고 간

내 마음 숲 속 길에

 

가을이 온다.

 

내 팔에 안기기에는 너무나 벅찬

숭엄한 가을이

아무데서나 나를 향하여 밀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