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크랩] 시 치유사....뭐, 그런 직업이 다 있어?.....김하리/김수종

푸른하늘김 2009. 9. 24. 22:26

시 치유사, 김하리

난 고교시절 시를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대학에서는 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시에 미쳐 살았다. 물론 군 복무시절에도 아침, 저녁 근무지를 오가면서 시를 썼다.

 어린 시절에는 시가 주는 의미를 잘 모르고 주로 느낌과 감상만으로 글을 많이 쓰다가, 차츰 시와 글이 주는 강렬한 힘과 내포된 뜻을 알게 되면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했다.

 

물론 음악, 미술, 무용, 국악 등을 통하여 자기 철학과 뜻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는 함축적인 몇 개의 시어를 통하여 2~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굉장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하고 상대방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 '시 치유'라는 생소한 말이 생겨났나 보다.

 시가 주는 강력한 힘을 내가 처음으로 느낀 것은 대학 문학 동아리에서 간간히 선배들과 함께하던 술자리에서였다. 

 

시를 가슴 터질 듯 절절하게 쓰던 오맥균 선배는 막걸리 한 잔에 취하면, 자신의 치열한 삶을 울부짖기라도 하듯 포효하면서 시를 읊었다. 주로 80년대 유행하던 박노해나 백무산, 김남주, 김정환의 시가 맥균 형의 입을 통해 흘러나올 때는 눈물이 났다.

 이런 그의 시 읊조림을 안주삼아 우리들은 막걸리를 자주 마셨다. 3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도 시 낭송은 모두를 싸늘하게 했고, 심장을 뜨겁게 했다.

 

물론 1987년 대통령 선거와 1988년 총선거를 거치면서 매일 수천 명씩 모이던 대학가 집회에서도 문선대의 선동, 노래패의 음악과 노래, 문학 동아리의 시 낭독은 빠지지 않는 메뉴였다.

 

당시 학내 집회 순서는 사회자의 기조발제가 끝난 다음, 집회를 주도한 총학생회장이나 단과대 학생장의 일장연설을 들은 다음, 문선대 공연과 노래 공연을 마치고서, 문학 동아리에서 열정적인 시를 한두 편 정도 낭송을 한 후, 투쟁위원장 선언문으로 마무리가 된다.

                

   
▲ 시인 김하리 시 낭독 행사장에서 만난 시치유사 김하리 시인
ⓒ 김수종
시치유사

이 가운데 늘 나를 감동시키던 것은 바로 마무리 부분 3~5분 정도의 시 낭송이었다. 지금도 '김남주 시인'의 '학살'을 낭송하던 김신응 선배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글을 잘 못쓰던 내가 문학회 활동을 꾸준히 한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시 낭송이 주는 강력한 힘과 가슴 터질 듯 절절하게 울리던 나의 심장 박동 때문이었다. 요즘이야 그 뜨겁던 가슴이 싸늘해졌지만, 20대 초반의 대학시절 내 가슴은 늘 불타오르기만 했다.

 그 원천에는 늘 시를 쓰는 행위와 시를 낭송하면서 느끼던 감동, 선배들이 들려주던 시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또한 무당의 접신 때처럼 시를 쓸 때면 나와 만나주던 시의 神도 함께 했다. 

 

20년도 다 된 대학시절과 시에 대한 느낌을 다시 회상한 이유는 나이 마흔이 넘어 간간히 시집을 읽을 때의 느낌보다는 우연히 참석한 모임에서 신들린 무당처럼 시를 낭송하던 시치유사 김하리 교수의 모습과 목소리가 더 절절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 프레스 센터에서 환경과 개발에 관한 논의모임이 있어 참석을 했는데, 수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 음악과 노래 공연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저 그런 반응이었다. 악기를 들고 준비하는 시간과 여러 사람이 노래와 연주를 하는 모습은 일상의 연주회 수준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거의 마지막에 등장한 시 치유사 김하리 교수는 마이크를 손에 잡고는 다양한 몸짓과 특유의 힘 있는 목소리로 시를 읊었다. 정말 3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감동하여 기립박수를 보낼 정도로 환호했다. 나도 그의 애절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시인과 시 낭독 전문가로만 알고 있던 그가 얼마 전부터 '한국문화예술 원격사회교육원'의 시 치유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지난 2005년 '현대문화예술학교'로 설립된 한국문화예술 원격사회교육원은 교육과학기술부 허가를 받은 대안교육학교로, 자매기관으로 문화관광체육부 인정 '한국예술문화치유협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주로 문화예술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회인 재교육기관으로 활동을 하다가 지난 7월부터는 한국 최초로 예술치유학부와 건강치유학부 학부를 개설 운영하고 있는 사회교육원이다.

 

예술치유학부는 영상치유전공, 무용치유전공, 시치유전공, 국악치유전공, 유아특수치유전공이 있으며, 건강치유학부는 비만건강치유전공, 유머치유전공, 운동건강치유전공이 있다. 학생모집은 보통의 사회교육원과 동일하게 고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수시로 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통상 3개월로 수료 후 학교의 자매기관인 '한국예술문화치유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면 예술, 건강 치유사 2, 3급 취득이 가능하다.

 현재 학교와 노동부가 연계하여 각 기관이나 단체 학교 등에 치유사 파견, 초중고 대학, 특수학교, 장애복지시설이나 양로원, 대기업, 관공서, 각 군부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행사가 끝나고 인근 식당에서 만난 예술치유학부 시치유 전공 학과장 김하리 교수는 "최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詩치유'라는 학과가 탄생했다. 인생은 '내가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시를 통해서 내 안에 있는 나를 찾아 내 삶을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 시인 김하리 시치유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게해 준 김하리 교수
ⓒ 김수종
김하리

또한 "시를 통해 심리적으로 치유되어가는 효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누구나 시인의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잘 활용할 기회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시를 통한 치유의 효과는 인간에게서 가장 중요한 핵인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는 사실이다"라고 한다.

 

아울러 "긍정적인 생각과 행복한 마음이 생길 때, 삶의 의욕도 생기며 모든 일을 의욕적으로 할 수 있다. 우리가 그 동안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시를 통한 활동범위는 참으로 넓다. 아직 시는 생소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로 생각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장르에 비해 어떤 치장도 어떤 부속품도 필요 없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되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그는 "3분 정도면 시를 통하여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치유할 수 있는 시 치유사는 인문학적 감성과 뜨거운 심장, 밝은 목소리 정도만 있으면 누구나 될 수 있는 전도유망한 직업"임을 강조했다. 과정을 마치면 "시치유 전문 강사나 시낭송 전문가 혹은 학원 운영 등을 통한 후학 양성과 문단 데뷔도 가능하다"라고 한다.

 

김하리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고교시절부터 시를 쓰고 공부해온 나도 시 치유사 공부에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시 치유사라는 직업이 있다니 놀랍고 신기하다.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한 김하리 교수는 그 동안 시집 9권과 수필집 1권을 출간했으며, 오랫동안 시 낭송전문가로 작사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 국내 최초로 '시치유사' 자격을 취득하여 한국문화예술 원격사회교육원의 교수로 시치유에 대해 본격적인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 : 하리온뮤직
글쓴이 : 아지수[하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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