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게 외교적 수모를 안겨준 라이스의 방한
대통령의 권위를 지켜내지 못한 외교부는 책임져야
글:김종성
2004년 11월 13일 LA 발언과, 같은 달 20일 산티아고 한미정상회담 등으로 인해, 부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일종의 ‘앙심’을 품어왔다. ‘적지’ LA에서 부시를 상대로 직격탄을 날린 노무현 대통령이 산티아고에서 6자회담의 주도권까지
인정받았던 것이다. 미국 대선 직후의 ‘어정쩡한’ 상황에서 뜻밖의 ‘복병’으로부터 당한 일이라서, 부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앙심’을 품을 만도
하다.
꼭 LA 발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미국 정부가 한국에게 불만을 가질만한 요소들은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진행되는 남북경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남북경협의 중단 없는 전진은 ‘대한민국이 더 이상 미국의 2중대가 아니며, 또한 미국 역시 더 이상 대한민국에 대해 별다른 발언권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6자회담 주도권에 대한 언질을 받은 상황에서 북한의 2월 10일 핵보유 선언이 나왔다는 점 때문에, 부시는 더 더욱
한국에게 못마땅한 감정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한미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강을 건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관계는 사실상 파탄
났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정부에 대한 미국측의 불만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이번 한국방문이라 하겠다. 라이스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진짜 의도는 어떤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함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너희는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방한 과정에서 라이스는 의도적으로 한국에게 외교적 수모를 안겨주기 위한 행보들을 취했다. 3월 19일 라이스는 한국에
내리자마자 한미연합사령부 지휘통제소 지하벙커로 직행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에서는 “외교적 관행을 벗어난 행보로서, 이는 미국의
한반도 방위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정말로 한반도 방위의지를 갖고 있다면, 휴전선 근방에 배치된 주한미군을 후방으로 ‘빼돌릴’ 이유가 과연 있을까?
그처럼 주한미군의 움직임은 ‘미국이 한반도 방위를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라이스의 방문으로 일거에 뒤바뀔 수
있겠는가?
라이스가 대한민국을 존중하고 또한 미국이 한반도 방위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예의를 다했어야 한다. 또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방한 직후에 라이스는 자신의 카운트파트인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장관을 먼저 찾아갔어야 한다.
그런데 라이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최소한의 매너도 지킬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공조를 고집하겠는가, 아니면 미국을 따르겠는가” 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스의 외교적 결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라이스는 공휴일인 20일에 노무현 대통령을 찾았다. 상대국 대통령이 ‘쉬셔야’ 할
일요일을 일부러 골라서 방문한 것이다. 그것도 일개 국무장관 정도가 말이다.
평일에 방문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일정을 잡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위에서도 말하였다시피, 이는 미국이 한국과 진정으로 협력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한국에게 ‘미국이냐 북한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라이스의 방한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한미관계는 이미 사실상의 ‘별거’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는 장기적으로 민족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우리가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라이스에게 수모를 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전에
이를 예방하지 못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측과 머리를 맞대고 그따위 일정을 잡은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의 권위를 실추시킨 것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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