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신 작가 <당신의 이름이 꽃입니다>출간
이름으로 꽃을 그리는 화가, 책으로 꽃을 피우다.
박석신 작가 <당신의 이름이 꽃입니다>출간
대전에서 정말 재주는 많지만 잡스럽게 살아가는 남자 박석신 작가가, 자신의 창의력을 동원하여 딴짓하며 잘사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물인 책 <당신의 이름이 꽃입니다>(도서출판BMK)을 출간했다. 풀뿌리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는 참 유별나고 재미난 화가다.
세상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바로 예술로 시작하면 됩니다. 그림이나 조각이 어렵다면 누군가 만들어놓은 걸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하십시오. 기법이나 재질, 미술사는 몰라도 됩니다. 그냥 관찰만 하시면 됩니다.
미술관이 많은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미술관 프레임’을 벗어나야 합니다. 격식 있는 대화가 아니라 사는 이야기가 있는 곳, 정장과 드레스가 아닌 일상복이 있는 곳, 시간 내서 찾는 곳이 아니라 산책하다 댕댕이와 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시대가 변해도 부지런함이 만들어낸 성실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빠름을 외치는 시대에 성실은 예찬 받게 됩니다. 하지만 행복과 의미 부여가 전제되지 않은 성실은 눈을 감고 달리는 말과 같습니다.
창의력은 곧 문제 해결력입니다. 이 세상에는 정형화된 문제보다 새로운 문제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응해야 합니다. 잡스러움으로 산다는 것은 문제 해결의 프레임을 많이 만들겠다는 의지입니다.
자신을 잡초라 여길 필요가 없습니다. 유명하지 않고, 멋진 꽃을 피우지 못해도 분명 가치 있는 풀입니다. 그 이름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우리는 잡초가 아니라 내 이름이 있는 풀입니다.
유럽 선진국은 크레파스를 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미술교육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을 합니다. 숲이나 강에 나가서 염료를 직접 구하고 날것의 광경을 그립니다. 우리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름꽃 화가 박석신은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나다운 사람이 되세요.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 가세요.”라고 주창하고 다닌다. 대전 동구 신상동. 대청호 가까이 위치한 안아감 마을에 사는 박석신 화가가 이름꽃을 그리게 된 것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어서였다.
잘살아 보겠다는 의지로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우리는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복잡하다는 이유로, 이름 대신 직함이나 역할을 더 익숙하게 부르며 살아 왔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내놓는 대답은 다름 아닌 바로 이름이다.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천 개의 인생이 있고 천 편의 이야기가 있다. 똑같은 이야기는 단 하나가 없으며 어느 것 하나 지루한 이야기도 없다. 그렇게 종합병원 암 병동에서, 강연회장에서 누군가의 삶을 듣고 그의 이름을 꽃으로 그려주기 시작했다. 15년이 지나갔다.
가치 없는 것은 없다, 풀뿌리 붓. 박석신은 화가이자 교수이며 카페 주인장이고 농부다. 갤러리 관장도 하고 있고 방송인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잡놈과 잡것에 대한 그의 철학 덕분이다.
한 우물을 파야 뭐가 되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융합과 통섭을 지향하는 시대, 통합과 협력을 추구하는 오늘날, 내 것만 고집해서 한 우물만 판다면 다른 물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풀뿌리 붓도 그런 생각에서 나왔다.
“화첩기행”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촬영하러 나갔는데,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가장 중요한 준비물인 붓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 것! 순간 당황했으나 발아래 밟히는 풀을 보고 그것을 뽑아 나란히 엮어 붓을 만들어 그림을 그렸더니 모두 환호했다.
위기를 넘긴 행동이었고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그 뒤로 풀뿌리를 엮어 만든 풀뿌리 붓은 박석신 화가의 특징과 장점이 됐고, 지금은 문화 체험 안내를 받는 여행객들이나 제자들, 어린 친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이렇게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가치 없는 것은 없다. 잡초라는 것이 어디 있는가? 그저 우리가 그 풀과 꽃의 이름을 알지 못할 뿐이다. 삐뚤빼뚤 자유롭게, 그게 바로 창의의 원천. 화가의 관심은 교육과 창의에 많이 닿아 있다.
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본인 자신이 예술가이므로 창의적인 발상, 혁신적인 사고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정답을 정해 놓지 않고 탐구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하늘의 색은 하늘색이 아니라 검은 색부터 붉은 색까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직접 보게 하고 느끼게 한다. 대학교 수업 시간에 학생 모두를 잔디밭으로 데리고 나가 네잎클로버를 찾게 하고 어떻게 잘 찾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당신의 이름이 꽃입니다. 이런 발상,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 것은 본인 스스로 그렇게 살아 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곳,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튈까 봐, 피해 줄까 봐 걱정되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 이름 그대로 나의 꽃을 피우세요. 나의 꽃이 피기를 기다리세요. 여러분 모두가 어여쁜 꽃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꽃입니다>을 읽은 배우 고두심은 “화가 박석신 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모두 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름을 통해 그 꽃을 피워주는 분입니다. “이 꽃 가슴에는 그리운 섬이 향기로 담겨 있다.” 제 이름 아래에는 이런 글을 적어주셨어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당신이 바로 꽃이에요’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저절로 마음이 따듯해집니다.”고 했다.
책의 저자 박석신 작가는 추사 김정희의 고향 예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화가의 꿈을 키웠다. “잔재주가 많아서 밥 먹고살기 힘들겠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 잔재주로 KAIST 영재교육프로그램에서 창의 조형놀이를 가르쳤다. TJB 대전방송에서 10년간 ‘화첩기행’을 진행했다.
지금은 KBS ‘영상앨범 산’에 출연 중이다. 잔재주 많은 예술가들을 모아 ‘드로잉 콘서트’라는 융합, 콜라보, 멀티, 다원 예술을 망라하는 장르를 개척했더니 전국의 교육지원청과 기업연수원 등에서 강의 요청이 빗발친다.
예술 하는 친구들과 전국투어 강의로 놀러 다니며, 놀면서 돈 버는 꿈을 이루고 있다. 학생들과 종합병원의 암 병동과 소아병동에서 이름꽃을 그려 주는 프로그램을 15년째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이름에 사랑과 희망과 소망과 감동을 담아 전해 주는 이름꽃 작업을 통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배우고 깨닫는 중이다. 대학에서 잘 노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양학부 교수이며 대청호수 시골마을에 이름꽃 미술관을 짓고 있다.
‘대청호 이름꽃미술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이름꽃을 선물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대형서점에서 책을 직접 구매하여 읽고 서평이나 자신의 경험이나 감상을 출판사 혹은 작가에게 바로 보내주시는 분들에게도 이름꽃을 우편으로 보내줄 생각을 하고 있다.
*필자/김수종
작가. 민간 문화재청과 민간 환경부를 지향하는 NGO단체인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문화유산위원, 망우리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열정과 집념으로 승부한다> <영주를 걷다> <역사 그리고 문화, 그 삶의 흔적을 거닐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등을 집필하여 책으로 출간했다. dai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