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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파두리성/전현준
푸른하늘김
2020. 11. 18. 09:33
항파두리성/전현준
대지를 향한 오래된 사랑
전혀 새로운 사랑을 꿈꾸었네
바다로부터 뭍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청보리밭을 흔들 때
마침내 일어선 분노와 함성
들끓어 잠들기 힘들었네
들불처럼 강화에서 진도로
진도에서 여기 항파두리로
허망한 닭벼슬꽃밭 비웃는
장수 발자국 넘어 살맞은 돌까지
깨진 기왓장들 그날의 아픔처럼 널부러져
해서 나라란 무엇인가
겨레란 무엇인가
시대가 옭가맨 백성들의 삶은
운명보다 견디기 어려운데
더는 물러설 곳 없는
마지막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피가 튀고 살점이 튀는 그날의 하늘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이름없는 민초들
한 잎 남김없이 끝내 다 사라졌지만
제 목숨 앞에 그 누구도
동요했으나 동요하지 않았네
또다시 천년 세월이 흘러
휘영청 소슬한 달밤에
산골짜기 바람이 금빛 보리밭
조용히 흔들고 갈 때
수수만년 달빛이 다시 묻네
나라란 무엇인가
겨레란 무엇인가
마침내 백성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