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 63, 폭염과 마스크의 기후 투어
한강편지 63
폭염과 마스크의 기후 투어
한강 선생님들께,
창가로 선선한 아침 바람이 불어옵니다. 낮게 드리운 하늘은 숲을 감싸 안고, 여름을 잘 견딘 나무들은 평온해 보입니다. 팔에 닿는 공기의 감촉이 부드럽고 감미롭기까지 하네요.
세상에. 어느새 가을이 왔습니다.
#밸리 댄스를 그만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35도의 폭염, 체감온도는 37도, 바람 한 점 없이 습하고 쨍한 날이었습니다. 한강 2주년인 지난 8월 25일 아침 10시, 우리는 여주 황학산 자락에 모였습니다. 한강길 기후투어 첫 날이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속 엄중한 시절에 진행된 기후투어, 당연히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진행이 가장 중요한 의무였습니다. 한강길 투어를 책임지는 이용태 과장은 마스크에 목토시까지 하고 일정을 안내했습니다. 14명 소수의 인원으로 함께 하는 산길과 강길 걷기, 그리고 봉사 활동, 그것이 기후투어 계획이었는데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실내는 물론이고 밖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오르막길이었습니다. 숲해설사 표석정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기후변화와 강의 중요성을 느끼고 배우며 천천히 걸어가는 기후 투어. 그러나 산길은 일단 올라가야 했습니다. 몇 걸음 오르기도 전부터 숨이 차기 시작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얼굴은 달아오르고 땀이 줄줄 흐르고 호흡은 거칠어지고… 저는 우선 대오의 맨 뒤로 빠졌습니다. 일행이 앞서 가면 맨 뒤에 떨어져 마스크를 가끔 벗어도 될 것 같았거든요.
다 코로나 탓입니다. 저의 경우는 오랫동안 운동을 꾸준히 한 편이었는데요, 물론 한강에 와서 일을 하며 조금 바빠져 운동을 중단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올 초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거든요. 밸리 댄스를 다시 등록해서 나의 ‘밸리 belly (또는 뱃살)’을 어떻게든 해보자! 퇴근길 경유지인 당산역에서 밸리댄스 학원 간판도 눈여겨봐 두었습니다. 코로나 상황만 좋아지면 찾아가서 등록하리라. 열심히 연습해서 건강해지고, 밸리 살도 좀 빼고, 잘만 하면 겨울에 한강 송년파티 때 공연까지도 해보리라…. 이런 계획은 무척 진지한 것이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댄스 학원 등록은 무리였습니다. 한때 줌바 댄스 교실에서 감염자가 속출한 소식도 있었죠. 가끔 샛강에서 당산역까지 걸어갈 때면 어서 좋은 시절이 오기를, 춤을 추고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퇴근길 맥주 한 잔 유쾌히 마시는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랐습니다.
긴긴 장마가 이어지고, 급기야 샛강에 홍수까지 나서 산책조차도 하지 못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확찐자’답게 몸이 둔해져 갔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비가 그치고 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던 날, 기후투어에 참여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산을 오르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밸리’임을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이용태 과장의 경우
그는 단 한 순간도 마스크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는 마치 그의 얼굴 일부인 듯 자연스러웠습니다. 기후투어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오후에 소나기가 내린다던 소식은 간데없고 뜨거운 태양이 홍수로 지쳤던 땅을 달구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탁 트인 산과 강길에서, 뿔뿔이 흩어져 느릿느릿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스크를 좀 내리고 있어도 무방할 텐데 말입니다. 저는 그토록 원칙을 지키고 책임감이 높은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행사는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여한 한강의 직원들은 누구나 행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도왔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코로나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세심히 진행한 이용태 과장의 헌신 덕이었습니다.
“아주 의미 있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한강 여러분' 감사합니다.” (김**선생님)
“보람된 하루였습니다. 멋진 분들 사랑합니다.^♡^” (강** 선생님)
“유익하고 즐겁고 훌륭하고 좋으신 분들 뵙게 되어 매우 좋았습니다.” (한**선생님)
“오늘 1차 기후 트레킹을 이끌어 주신 모든 분 덕분에 좋은 경험하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옥**선생님)
“다들 무사 귀가하셨는지요? 더운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인구의 3.5%가 행동하면 사회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제1차 한강길 기후투어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환경적 실천에 동참하는 3.5%의 기후시민이 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기후투어는 코로나로 인해 소규모로 조심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기후투어 모델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이정원 팀장)
#함께 한강으로
이번 주는 코로나 2.5 단계입니다. 올해 내내 씩씩하게 코로나 위기를 헤쳐오고 있습니다만, 자주 취소되고 연기되고 축소되는 사업으로 기운이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강물이 마르는 법이 없듯이, 저희는 꾸준히 갈 길을 하고, 할 일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 한강 조합원이신 선생님들이 가장 든든한 우군입니다. 주위에도 한강을 소개해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한강 소식에 귀를 기울여 주실 분, 한강과 함께 강과 숲을 가꾸는 데 봉사해주실 분, 산책이나 투어에 걸음을 함께 하실 분,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같이 한강조합을 만들어 주실 분 등등. 어떤 식의 참여라도 좋습니다.
샛숲지기인 정지환 선생님이 경우, 불쑥불쑥 샛강에 들르곤 합니다. 대체로 가까운 친구나 동네 분을 함께 데리고 옵니다. 그리곤 샛숲지기 가입서를 쓰게 하고 테라스에서 인증샷을 찍곤 합니다. 어김없이 그렇게 하신답니다. ^^
한강이 심고 가꾸는 나무들이 늘어 멋진 숲을 이루듯이, 함께 한강으로 흘러 이 사회에 긍정과 연대의 좋은 문화를 퍼트릴 한강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요즘 ‘코로나 블루 (Corona blue)’를 겪으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쉬이 지치고 무책임한 사람들 때문에 자주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고 마음을 다잡아보면 좋겠습니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었으니까요.
2020.09.02
분명코 행복할 가을의 첫날에
한강조합 사무국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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