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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풍경. 전현준
푸른하늘김
2020. 7. 23. 17:42
코로나 풍경/전현준
서울역 지하차도 신문지를 덮고자는
노숙자들에게서 이 땅에 사는
삶의 비참함을 본다
새벽 4시 해방촌 인력시장 오늘도
팔리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들의
서러운 삶의 위기를 본다
줄줄이 나붙은 '폐업, 임대문의' 종이들
먼지 앉은 채 셔터내린 길가 가게들에서 서민들의 고단함이 가슴을 찌른다
굳게 문이 닫힌 인천남동공단
공장 철문들 앞에서
닥쳐온 심각한 실업태풍을 절감한다
실직에 열흘을 굶고 5400원어치 계란를 훔쳐
징역 일년 반을 선고받은 노동자에게서
이 나라 자본권력의 혹독한 무책임을 본다
버스비 800원을 삥땅쳤다고 해고된 버스기사에게서 알량한 이 나라 사법정의를 본다
끈적이는 더위 내리쬐는 태양아래
함겹게 폐지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에게서
이 나라 복지의 현주소를 본다
헉헉대며 혼자 돌고 있는 낡은 선풍기
지직거리는 오래된 텔레비전 하나로
한여름을 버티는 쪽방촌 주민들에게서
국민소득 3만불의 팍팍한 삶의 고통을 느낀다
이런데도 코로나 극복을 미명으로 노사정대야합을 기도한 한노총 민노총
집행부와 위원장놈들이 있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이럴 수 있는 것인가
모두 안녕들 하신가
모두들 정녕 안녕들 하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