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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정말 안 되겠다ㅡ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전현준

푸른하늘김 2020. 5. 5. 09:55



안 되겠다, 정말 안 되겠다
ㅡ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전현준


안 되겠다. 아, 안 되겠다
정말 안 되겠다.
앞이 안 보여.
안 되겠다. 정말 안 되겠다.
화마가 치솟는 불구덩이 속
아내와의 마지막 전화 통화에서
한 노동자는 그렇게 죽어갔다.
절규하며 타 죽어갔다.
제발 그만 죽여라.
사람 목숨보다 돈이 그렇게 중하더냐?
저렇게 새카맣게 타버린 노동자들의 영혼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이냐?
이래선 안 된다.
이건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지.
안 되겠다. 정말 안 되겠다.
아, 이 나라의 노동자들은
앞이 안 보여. 눈 앞이 캄캄해.
코로나에 실업태풍에
눈뜨고 코 베가는자본의 농간에
관료들의 무사안일에
잠자는 권력의 헛기침에
자다깬 공권력의 돌변에
목구멍이 포도청인 현실에
계약직, 임시직, 파견직, 일용직, 계절직, 특고 등
자기 땅에 유배당한 현대판 노예들
선거일 단 하루만 주인인
노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어디에도 없다.
먹고 죽을래도 없다.
약에 쓰려 해도 없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아무도 울지 않는 낮은 없다
아, 이건 아니지.
정말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