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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편지

푸른하늘김 2020. 3. 13. 16:46

코로나는 멀리, 자연은 가까이

2020.03.13

 

한강 선생님들께 ,

 

어제는 친한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친구는 2월 초에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어요. 코로나 위기가 커지던 중이어서 고심을 했지만 오래 전부터 벼른 여행이라 결국 가게 된 것이지요. 당시는 프랑스 같은 데서 동양인들을 혐오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갔더니 곳곳에서 만난 건 친절과 미소였다고 해요.

 

친구는 귀국하고 나서 스스로 자가 격리를 실시했는데, 얼마 안 있어 덜컥 목감기에 걸렸답니다. 목이 깔깔하게 붓고 기침이 나고… 코로나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피가 말랐다고 해요. 보건소에 연락을 하면 집에서 경과를 보되, 집에서도 마스크를 하고 있으라는 안내를 받았고요 그렇게 3주를 보내고 나니 다행히 감기는 말끔히 낫고 이제 움직일 수 있겠다고.

 

‘만약에 코로나라면 어쩌지. 우리 가족들은? 내가 일하는 직장은? 남편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밖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집에 있으면서 이런 걱정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친구는 한시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어디 나가서 걸을 수조차 없으니 갑갑하고 힘들었고요.

 

통화의 끝은 ‘조만간 샛강에서 산책하자’였어요. 벌써 봄이 가득 넘치는 샛강을 걸으며 힐링 에너지를 얻어보자고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샛강을 걸어보았습니다. 경쾌하게 포롱포롱 날아다니는 박새를 따라 걸으며 봄 햇살에 행복했습니다. 샛강에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이 봄의 햇빛과 올라오는 신록의 기운, 약동하는 땅의 기운을 받고 있었습니다. 걸음은 느긋하고 표정도 편안하더군요. (물론 많은 분들이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하셔서 표정을 읽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

 

저희 한강조합은 시민들에게 무엇을 해드릴까 고민했습니다. 샛숲 교실에 멀찍이 떨어져 앉아 회의도 했습니다. 그래서 샛강의 동식물들을 산책 중에 쉽게 만나볼 수 있도록 리플렛을 비치하기로 했어요. 한강에 입사한 후 생태에 부쩍 관심과 사랑이 깊어진 정은 대리가 샛강의 동식물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동식물의 이름을 알아보시는 시민들께 소소한 선물도 드릴까 궁리합니다. 이를테면 걸으면서 박새나 딱새를 만나고 사진에 담으신다면, 뭔가 선물을 드리는 거죠.

 

내친 김에 아예 대국민 캠페인도 해볼까 합니다. ‘캠페인의 이름은 ‘코로나는 멀리, 자연은 가까이’. 자연의 축복을 누리는 한강조합이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기대해주세요.

 

최근 저희는 샛강 위탁 제안 준비와 절차를 하며 바쁘게 보냈습니다. 작년부터 샛강에서 땀을 흘리고 숲을 가꾸어 왔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오리라 기대해봅니다. 좋은 결과가 온다면 저희만의 노력은 아니고, 2천5백여명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한강조합원들의 응원 덕분일 것입니다.

 

3월에는 총회로 조합원님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코로나19 위기로 불가피하게 서면총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서면총회 일자는 3월 20일입니다. 이 부분 별도 문자와 이메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코로나 판데믹으로 휘청거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혜와 힘을 모으고, 신뢰와 지지로 서로 손을 잡아주어야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명자나무 작은 꽃송이 얼굴 내미는 샛강에서.

2020.03.13

한강조합 사무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