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
한강 편지 46 코로나 시대의 사랑
2020.02.28
한강 선생님들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이지요. 소설은 질병과 늙음과 사랑에 대해 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우리 사회를 강타한 요즘, 문득 마르케스 소설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콜레라 대신 코로나로 바꾼다면,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 되겠네요.
여기저기서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걸 봅니다. 저희 역시도 예외가 아니라서, 기세 좋게 펼쳐보려던 한강에서의 좋은 활동들이 코로나 사태로 난국에 봉착했네요. 샛강에서는 2월부터 모든 자원봉사 프로그램 운영이 전면 중단되었는데, 오늘부터는 여기 샛강 센터에 외부인 출입 전면 금지입니다. 저희 한강 옆사무실에서 일하는 한강공원 단속직 직원 한 분이 여의도에 있는 확진 환자의 동선과 일부 겹쳤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많이 힘드시지요? 저희는 다행히 아픈 사람이 없고, 또 출근할 만한 기력이 있는데, 감기를 앓거나, 연세가 있으시거나, 주변에 어린 아이가 있는 분들은 꼼짝 못한다고들 하십니다. 뭔가 도와드려야 할 것 같고, 힘을 드리고 싶은데, 어려운 처지의 분들에게 뭘 해드려야 하나 마음만 동동거립니다.
부디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아픈 분들이 없기를 바라고, 또 무엇보다 이 사태가 어서 극복이 되어 모두 평소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애타게, 간절히 바랍니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란 말을 떠올린 것은, 다같이 힘들고 피해를 보는 요즘에 전염병처럼 무섭게 번지는 것이 혐오와 증오가 아닌가 해서입니다. 각종 괴담과 소문이 난무하고, 정치적 음모론마저 솔솔 연기처럼 피어오릅니다. 적어도 우리는 그런 혐오나 괴담을 멀리하고, 서로 격려하고 챙기며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같은 때는 늙으신 부모님들이 더 걱정이라 전화를 드렸습니다. 평소 즐겨 만나시던 동네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갑갑하고 힘든 일상을 지내면서도, 거듭 당신들은 괜찮다며 자식들 걱정만 하십니다. 주위에 이번 사태로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과 경제적 고통을 겪는 이들은 없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가능한 선에서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묵묵히 샛강에서, 그리고 장항습지에서 일하고 모니터링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봄은 어김없이 오고 있는 터라, 샛강에 버들강아지 부드러운 솜털이 여기저기 보이고, 땅 위에서는 봄까치꽃이 은근한 기쁨으로 피어났어요. 냉이꽃도, 별꽃도 피었고요.
장항습지에서는 재두루미들이 북쪽 나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어요. 지난 번 세어 보았을 때는 94마리였는데, 그제 보았을 때 많이 줄었더군요. 한 3분의 1 정도는 이미 시베리아로 떠난 것 같습니다. 물에서는 도룡뇽과 산개구리 알이 뽀글뽀글 생명의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고요.
오늘 낮에 제주 탐나라에 계신 강우현 이사장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전화기 너머 바람 소리가 휙휙 들리는 듯했지요. 이사장님은 들일을 하시는 중이셔서 숨소리가 높았습니다.
“일하는 중이예요. 여기서는 마스크도 안 써도 돼. 허허.”
제주 현무암 거친 땅을 파고 나무를 심는 이사장님에게는 마스크가 당연히 필요없겠지요.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쉼터는 결국 자연이 아닐까 합니다. 자연 속으로 오셔서 힘을 얻어가세요. 봄이 오는 샛강은 산책하기에 참 좋습니다. 저희는 코로나로 해설이 있는 샛강 산책은 해드릴 수 없지만, 산책객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샛강에서 만날 수 있는 새와 나무, 풀에 대해 친절한 설명 자료를 산책 중에 보실 수 있게 비치해둘 생각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요, 산수유 피고 지고, 진달래 피는 때 즈음에는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2020.02.28
한강조합 사무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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