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소시지 햄 판매
소시지와 햄을 만들고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들의 주문을 받습니다.
2주 전에 처음으로 평화나무농장 회원들께 안내를 드려 소시지와 햄 주문을 받았고 이제 회원들께는 거의 다 배송이 되었습니다.
이번 주 후반부터는 회원 아닌 분들께 보내드릴 수 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주문해 주십시오.
남편은 몇 년 전까지 20년간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요청으로 농장에서 겨울마다 <내 손으로 만드는 햄, 소시지, 베이컨> 강좌를 열어왔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분들이 강좌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면서 농장에서 직접 만드는 소시지와 햄을 구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렇지만 햄과 소시지를 만들어 판매할 마음이 얼른 들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주재료인 돈육을 외부에서 사 와야 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로만 가공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았습니다.
또, 우리가 육가공 강좌에서 하듯이 전통 방식대로 햄과 소시지를 만들면 원재료비가 많이 드는 것과 함께, 만드는 데에도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서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안전하고 맛있는 소시지를 만들어 달라는 분들의 목소리가 워낙 높았기에 결국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고기를 한 번에 좀더 많이, 그리고 잘 갈 수 있는 기계와 소시지 충진이 쉽게 되는 기계도 새로 마련하고, 수확하여 갈무리해 놓은 천연 양념들도 점검하였습니다.
드디어 2주 전에 평화나무농장 회원들께 이같은 내용을 말씀드리고 주문을 받아 소시지와 햄을 만들어 배송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 우리가 만드는 소시지와 햄은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一무항생제 돈육, 그리고 냉동육이 아닌 신선육을 사용합니다.
一 맛과 향과 색, 그리고 보존을 위한 어떠한 화학첨가물도 넣지 않습니다. (아질산나트륨, 인산염<산도조절제>, 글루타민산나트륨 등)
一 그 대신, 농장에서 직접 유기농으로 기른 마늘, 생강, 양파, 토마토, 고추 등 천연양념과 후추, 천일염으로만 맛을 냈습니다.
一 고기에 붉은 색이 잘 나게 하고 향을 좋게 하는 벚나무로 여러 시간 훈연하여 소시지와 햄 본래의 맛이 나게 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없습니다.
만드는대로 주문 순서에 따라 보내 드리니 순서가 뒤에 있는 분들은 좀 기다리셔야 합니다.
카톡이나 페메 말고, 댓글이나 문자로 주문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번에 평화나무농장 회원들께는 1세트씩만 주문받았는데 추가로 구입하실 회원분들은 이번에 같이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 보존은 냉장고에서 20일입니다. 더 오래 두시려면 냉동실에 넣어주십시오.
■ 판매단위 및 가격
①1세트: 53,000원(택배비 3천원 포함)
②2세트: 100,000원(택배비 없음)
*1세트= 소시지 2팩(700g)+ 햄 2팩(700g)
■계좌, 농협, 201020-52-061029 /원혜덕
다음은 몇 년 전에 페북을 통해 <내 손으로 만드는 햄, 소시지, 베이컨> 강좌를 시작하며 올린 글입니다. 남편이 20년간 진행해온 육가공 강좌가 어떻게 하여 시작되었나 하는 긴 이야기입니다.
이번 겨울부터는 이렇게 햄과 소시지를 만들어 판매하기에 <내 손으로 만드는 햄, 소시지, 베이컨> 강좌를 열 수 없게 되었다는 양해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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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1989년에 남편은 일본에 있는 ARI(Asian Rural Institute)에서 아시아농촌지도자 양성 1년 과정의 연수를 받았다.
그 때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이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세계의 비정부기구(NGO) 지원을 많이 했다. ARI에도 독일의 지원이 중심이 되어 1년간의 교육비는 물론, 기숙사비와 용돈까지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ARI에는 정규 과정이 있었지만 특강 형태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연수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강사로 초빙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느 날 <이구사>라는 사람이 ARI에 와서 육가공 강의를 했다.
그는 자칭 <햄, 소시지 전도사 >였다. 그는 도쿄에 있는 농촌지도소에서 근무하던 중에 독일에 가서 육가공하는 법을 배워서 그 지역 농민들에게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그가 하는 방식은 독일 전통 방식대로 하면서 아무런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천연양념만을 써서 햄, 소시지, 베이컨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은퇴하고 나서는 일본 농촌 전역을 다니면서 육가공을 가르친다고 했다. 그는 그 일을 삶의 보람과 낙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날 특강이 끝나고 그는 남편이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왕복 비행기표 값만 내주고 육가공 강습에 필요한 일주일간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한국에 가서 햄 소시지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1년 간의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장인 어른인 나의 아버지께 그 이야기를 했고, 아버지는 바로 그 사람을 초청하자고 하셨다.
그 해 겨울에 이구사 선생은 아버지의 초청을 받아 소시지 만드는 기계까지 싸들고 한국에 왔다. 아버지는 풀무원 공동체 식구들은 물론, 정농회의 회원들도 많이 불러서 햄, 소시지, 베이컨 만드는 방법을 함께 배우게 하셨다.
아버지는 농장에서 기르고 있던 돼지 한 마리를 잡았다.
이구사 선생은 돼지 한 마리를 부위별로 해체하는 법도 알려주면서 함께 작업을 했다.
베이컨을 만들 삼겹살 부위, 햄을 만들 부위 등을 떼어놓고 나머지 부위로는 소시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부위 별로 양념과 소금간을 해서 재워놓고 이구사 선생은 훈연상자를 만들자고 했다. 돼지고기를 갈아서 소시지를 만들고, 햄 부위는 싸서 묶은 다음에는 밀패된 공간에서 5시간 정도 연기를 쐬는 훈연 과정을 하려면 필요한 도구가 훈연상자였다.
남편은 목재소에 가서 커다란 합판을 몇 장 사 왔다.
이구사 선생의 지시대로 합판을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못질을 해서 옷장같이 생긴 훈연상자를 만들었다.
남편은 나중에 자신의 육가공 강좌에 온 사람들에게 이런 상자를 만드는 게 어렵게 생각되면 못 쓰는 나무 장롱으로 대체해도 된다고 했다.
이구사 선생은 일 주일간 머물면서 육가공 시범을 보여주고 저녁 시간에는 육가공 강의도 해주고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햄, 소시지, 베이컨 만들기는 그것으로 끝인 것 같았다. 배운 사람들은 아, 이런 게 있구나, 하였을 뿐 이러한 육가공을 집에 가서 해보거나 보급할 엄두는 내지 못 했다. 풀무원농장에서 두어 번 돼지를 잡아 햄, 소시지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거나 손님 대접을 한 게 다이다.
몇 년 후 전국귀농운동 본부가 발족하였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여러 농업단체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이병철 선생님이 이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지금에야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귀농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때만 해도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농업에 대해 교육을 받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전국귀농운동본부 뿐이었다.
귀농본부는 귀농에 필요한 실제적인 내용과 함께 참가자들이 바른 농업에 대한 철학을 가지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짰다.
생태적 가치를 지향하는 귀농본부는 당연히 유기농업을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짰고 남편은 주강사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남편은 주로 < 자립하는 소농>, <생태순환적인 농업> 등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어느날 강의 중에, 남편은 귀농하게 되면 돼지를 몇 마리 길러서 직접 햄, 소시지로 가공하여 판매하면 농가 수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어느 여 간사(요즘의 활동가) 가 말로만 하지 말고 자기들에게 직접 가르쳐 달라고 했다.
남편은 그러자고 했고 그 해 겨울에 여자 간사 여럿이 포천 농장으로 육가공을 배우러 왔다.
그 때 포천에는 막 구입한 농지만 덩그라니 있었다. 콘테이너 하나와 남편이 흙벽돌을 찍어 만든 조그만 흙집 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제대로 된 집도 없는 포천 농장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 살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 전에 머물던 양주에서 아이들과 머물고 있었다.
남편은 주로 포천에 있으면서 양주의 집을 오가며 포천 농장을 일구고 있는 때였다.
남편은 육가공 실습 전날 동네에서 돼지 한 마리를 사서 잡아놓고 귀농본부 간사들을 기다렸다. 쓸 만한 칼이나 번듯한 도마, 그릇 같은 것도 없었을 때였다.
그래도 다같이 모여 돼지를 부위별로 해체하고, 마늘, 양파, 생강 등의 양념을 까서 갈아 고기를 재워놓았다. 다음날 고기를 갈아 케이싱 작업을 하고 난 후 훈연을 했다. 밥도 해먹으면서 4평짜리 흙집에 나란히 누워 자기도 하면서 3일간 작업을 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한다. 손이 시려 제대로 작업이 되지 않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손을 녹여가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날 밤에는 돼지 내장 냄새를 맡고 산에서 산짐승이 내려와 우리집 개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새벽에 남편이 나가보니 산짐승이 개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산으로 도망간 흔적이 있더라고 했다.
육가공을 실습해 본 귀농본부 간사들은 남편에게 그 다음해부터 육가공을 정식 생활강좌로 요청했고 남편은 그러마고 했다.
귀농본부는 겨울마다 수강생을 모집하여 <내 손으로 만드는 햄, 소시지, 베이컨>이라는 이름의 육가공 강좌를 열었다. 귀농본부에서 처음으로 만든 생활강좌였다고 한다. 그 후 다른 생활강좌가 생겨나면서 몇몇에도 <내 손으로...>라는 말을 앞에 붙였다는 말을 들었다.
이태 후인가 그런 식으로 도구도 제대로 없이 육가공 교육을 마치고 난 어느날 트럭 한 대가 나타났다. 교육을 마친 분이 서울 중앙시장에 가서 스텐 통, 스텐 작업대 등을 잔득 사서 실고 와서 부려놓고 갔다.
그 분은 제대로 된 도구 하나 없이 육가공 교육을 받고 나니 아무래도 기본 기구를 좀 갖춰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단다. 큰 사업을 하는 사람 같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마음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남편은 지금까지도 육가공 강좌 때마다 그 기구들을 잘 쓰고 있다.
몇 차례의 강좌를 끝내고 나자 귀농본부에서는 책을 내자고 했다. 남편은 그런 게 무슨 책이 되겠냐고 했지만 결국에는 그러라고 했다.
귀농통문의 홍문국 편집장은 남편의 육가공 강의와 실습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다. '생태적 삶을 위한 귀농총서'라는 타이틀로 책을 내고 있던 <들녘>출판사에서 <내 손으로 만드는 햄, 소시지, 베이컨>이라는 제목을 붙여 책을 냈다.
책 서문에 이병철 전국귀농운동본부 본부장은 <공동체를 배려하는 농사에서 바른 먹거리가 나온다> 라는 제목으로 추천의 글을 써주었다.
그 마지막 부분을 옮겨본다.
"... 여기에 제시하고 있는 육가공이란 어떻게 고기를 제대로 가공하는 것인가 하는 기술적인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생명의 먹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생명의 밥상을 마련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뒤에는 농업에 대한 사랑을 몸으로 실현하는 김준권 선생의 큰 정신을 서려 있음을 잊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 이 조그만 책 한권이 생태적 가치와 자립적인 삶을 일구어가는 새로운 농부들이 이 땅에 튼튼히 뿌리내리고 충실히 열매 맺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귀농본부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남편과 의논하여 1월 말이나 2월 초에 2박3일의 육가공 교육 일정을 잡는다. 날짜가 정해지는 대로 귀농본부에서 바로 홈페이지에 올리면 며칠 만에 15명의 정원이 다 찬다고 한다.
육가공 강좌 첫날 저녁에 남편은 유기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각자 자기 소개를 하게 하는데 2년, 혹은 3년씩 기다렸다는 사람도 해마다 여럿 있었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돼지를 직접 잡았다.
참가자들 중에는 돼지를 잡는 일은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편은 도축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들 앞에서 말했다고 한다.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의 희생을 전제로 하여 살아간다.
먹이 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일, 곧 먹는다는 것은 그렇게 엄중한 일이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마트에 있는 돼지고기만 보아왔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있는 생명체가 먹을 거리로 변하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다."
남편이 이렇게 말을 하고 나면 참가자들이 다 진지해졌다고 한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집에서 직접 돼지를 잡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남편도 도축장에서 돼지를 잡아온다.
<내 손으로 만드는 햄, 소시지, 베이컨> 강좌를 연 지 20년이 되고 나니 그동안 다녀간 교육생이 적지 않다. 그들 중에는 자기 집에서 기른 돼지를 잡아 육가공을 하여 판매하는 사람도 있고, 소시지를 만들어 파는 가게를 열어서 잘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자기 지역에서 육가공 강좌를 열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작년부터는 남편에게서 배운 상주 지역의 사람들이 귀농본부와 함께 <내 손으로 만드는 햄, 소시지, 베이컨> 강좌를 열기로 했다. 남편은 20년간 해 온 귀농본부의 육가공 강사 노릇을 졸업했다.
덕분에 올해부터는 페북에서의 참가자들과 함께 햄과 소시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