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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한강편지

푸른하늘김 2019. 11. 2. 10:40

한강 선생님들께,

 

 

어제는 ‘시월의 마지막 밤’도 지나고 이제 11월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날씨에 슬슬 두꺼운 외투를 꺼내게 되겠지요. 곱던 단풍도 빛을 잃어가고 잿빛 하늘이 더 자주 드리우는 11월이 되면, 어김없이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 서두에서의 11월 묘사가 떠오릅니다.

 

 

‘내 영혼에 가랑비가 내리는 을씨년스러워지는 11월이 오면 (whenever it is a damp, drizzly November in my soul)’이란 표현이지요. 화려한 가을의 절정을 지나고 차분해지는 11월. 그러나 올해 한강에서의 11월은 ‘영혼에 가랑비가 내리는’ 11월이 아니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생기가 넘치고, 한결 부드럽게 음영을 짓는 햇빛도 고루 퍼지고, 경쾌한 박새와 까치가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샛강, 어린 나무들이 지금도 조금씩 키가 자라는 샛강에서 일을 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자연이 주는 생기만이 아닐 것입니다. 요즘 샛강에도, 장항습지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갑니다. 10월 한 달만 해도 샛강에는 217명의 자원봉사자가 와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었습니다. 장항습지에는 주말도 어김없이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봉사단체에서 몇 십 명씩 와서 버드나무를 덮은 가시박을 뽑아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자연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기에 저희는 늘 긍정의 에너지, 생기와 활력을 덤으로 얻고 있습니다.

 

 

11월에도 중순께까지는 나무를 계속 심어 숲을 만들고 내년 봄을 기약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매주 주말마다 프로그램이 있지만, 특별히 11/16 토요일에는 다시 한 번 200명 가까이 모여 많은 나무를 심어보려고 해요. (나무심기 봉사 프로그램은 이제 한강의 인기 프로그램이라 16일 행사도 벌써 200명이 찼답니다!)

 

 

이제 슬슬 한강하구에 철새들이 날아오는 계절이지요. 저희는 당초 11월 중순께 철새 탐조 여행을 준비해서 선생님들을 초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가라앉지 않아 조금 시기를 뒤로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흰 눈이 펄펄 내리고 두루미들이 평화롭게 날아오르는 때, 선생님들을 초대하겠습니다.

 

 

숲 가꾸기에 동참하거나, 자연을 만나러 가는 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지난 10월 19일 동강 여행에 초대되어 다녀오신 강인순 선생님이 글을 써서 보내주셨는데, 거기 답이 담겨 있더군요. 샛강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인솔하고 흥이 나면 장사익의 ‘찔레꽃’도 불러주시는 강인순 선생님. 한강의 열성 조합원이십니다. 시니어 선생님인데 래프팅이 기대된다며 동강으로 달려가셨지요. 그의 글을 일부 인용해봅니다.

 

 

 

동강!

 

래프팅을 하면서 어머니의 자장가, 새들의 아름다운 합창, 가을 옷을 갈아 입는 나뭇잎들의 조용한 흔들림을 느꼈다. 내 마음이 행복으로 물들었다.

 

잠시 후.

 

여울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와 동시에

 

우렁찬 아버님 음성이 들렸다.

 

'인순아! 지금 너무 잘 살고 있구나!'

 

아버님의 음성과 동시에 세찬 물이 나를 정신 없이 흔들며 온 몸을 두드렸다.

 

와 아~아!

 

자연과 하나되는 순간

 

피부에 스며드는 부드러움, 절로 절로 나오는 커다란 웃음

 

하!하!하!

 

 

너는 알겠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동강! 보전하리라!

 

 

잔잔하게 흐르면서도 인자한 어머니의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따뜻한 동강,

 

때로는 아버지의 힘이 느껴지는 여울들에 저절로 와아~아!

 

커다란 함성 속에서 삶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 동강

 

보전하리라!

 

(강인순 선생님 소감 발췌)

 

 

강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이어 스스로의 삶에 대한 격려를 느끼신 겁니다. 저는 ‘지금 너무 잘 살고 있구나!’ 하는 강인순 선생님이 동강에서 들은 아버지 음성이 마음에 남습니다.

 

 

나는 잘 살고 있을까… 그런 질문이 도돌이표처럼 떠오르기 십상인 연말이 다가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사람들도 있고, 노력을 해도 역부족인 일들이 있기도 합니다. 이럴 때 의기소침해지는 건 인지상정 아닐까요.

 

 

그런 날에는, 여기 샛강을 걸어보세요. 강가로 나아가서 고독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가만히 귀 기울이면 강이 들려주는 말이 있을 것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한강조합 사무국 일동.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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