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김수종 작가 영주, 안동을 거닐다
2019년 10월 김수종 작가 영주, 안동을 거닐다
경상북도 주관, 백두대간 인문캠프 참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부석사,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 답사
지난 10월 12~13일(토~일) 친구 춘수랑 함께 영주, 안동에 다녀왔다. 작년과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부석사,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동 중에 소수서원에서 열린 만화가 이원복 선생의 ‘백두대간 인문캠프’에도 잠시 참가하여 ‘한류와 세계유산’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영주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방문한 곳은 순흥면 소수서원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금성대군신단’이다.
단종복위운동의 중심이었던 영주 선비들의 반골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금성단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단종복위운동으로 유배된 뒤 처형당한 세종대왕의 여섯째아들 금성대군(錦城大君) 혼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된 제단이다.
후일 현감 이대근에 의해 비밀리에 단이 마련되고 숙종 때에 가서야 공인된다. 지역에서는 ‘영주금성대군신단’이라고 한다. 내부에 있는 비석은 ‘금성대군성인신단지비’라 한다.
조선 세조 2년(1456)에 성삼문 등 사육신의 단종복위운동에 연루되어 이곳 순흥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어 있던 금성대군이 순흥부사 이보흠 및 지역 유림들과 더불어 다시 단종복위를 도모하다 실패하여 순절하자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마련된 제단이다.
현감 이대근이 선영을 다녀오던 중 순흥 청다리를 지날 때 그가 탄 말이 길을 피하여 비껴가는 곳이 있으므로 이를 이상하게 여겨 하마 후 살펴본 뒤 이곳이 금성대군이 피를 흘린 곳이라 생각하여 의심을 품은 채 지나갔다.
그날 밤 꿈에 금성대군이 나타나 그 곳은 자신이 피를 흘린 곳임을 말함으로써 곧 부사와 함께 사람을 시켜 조사한 후 이곳을 봉축하고 단을 쌓고 이를 금성단이라 했다.
뒤에 금성대군성인신단지비가 건립됐다. 숙종 9년(1683)에 순흥부 복원되고 순절의사들이 복권되자, 숙종 19년 순흥부사 정중창이 금성대군 위리안치지에 제단을 쌓았다.
이후 단소(壇所)를 설치했으며, 영조 18년(1742) 감사 심성희가 단소를 정비하고 위(位)를 모시고 순의비(殉義碑)를 세워 매년 봄가을에 향사를 지내오고 있다.
영주지역 유림들의 단종복위운동에 대한 애국정신은 물론 지역민들의 뜨거운 혼과 선비정신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이제 부석사 앞에서 간고등어와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한 다음 ‘부석사’에 올랐다.
부석사는 작년에 안동 봉정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나는 영주가 고향이라 지난 추석에도 아내랑 함께 이곳에 올랐다. 한 달 만에 다시 찾았다. 부석사는 ‘화엄종(華嚴宗)종찰’이다.
676년(신라 문무왕 16) 의상(義湘)이 왕명을 받들어 창건하고, 화엄의 가르침을 펴던 곳으로, 창건에 얽힌 의상과 중국인 선묘(善妙)낭자의 애틋한 사랑의 설화는 유명하다.
1016년(고려 현종 7)에 원융국사가 무량수전(無量壽殿)을 중창했고 1376년(우왕 2)에 원응국사가 다시 중수하고, 이듬해 조사당(祖師堂)을 재건했다. 그 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일제 강점기인 1916년에 무량수전을 해체 수리했다.
당시 설화에 나오는 용을 닮은 바위가 출토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내에는 무량수전(국보18)·조사당(국보19)·소조여래좌상(국보45)·조사당벽화(국보46)·무량수전 앞 석등(국보17) 등의 국보가 있다.
3층석탑·석조여래좌상·당간지주 등 보물, 원융국사비·불사리탑 등 지방문화재를 비롯하여 삼성각·취현암·범종루·안양문(安養門)·응향각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또 신라 때부터 쌓은 것으로 믿어지는 대석단(大石壇)이 있다.
공중에서 보면 전체 모양이 화엄종의 화(華)를 형상화한 멋진 모형이다. 당시 의상은 제자가 3,000명이나 있었다고 하며 그 중에서 10대덕(十大德)이라 불리는 오진·지통·표훈·진정·진장·도융·양원·상원·능인·의적 등은 모두 화엄종을 크게 발전시킨 승려들이다.
오늘도 나는 부석사 돌계단을 한참 바라보다가 무량수전에 들어 부처님에게 절을 세 번 한 다음, 우측 삼층석탑과 선묘각을 살펴보았다. 다시 무량수전 앞의 산 풍경을 살펴본 다음, 삼성각을 돌아 물 한잔 마시고, 하산했다.
가을 풍광이 좋다. 20일 정도 지나면 입구에 단풍이 최상일 듯 보인다. 나와 춘수는 절 입구에서 커피를 한잔하고는 천천히 ‘소수서원’으로 이동했다. 주세붕 선생이 세운 순흥면 내죽리에 있는 소수서원이다.
한국 최초 사액서원으로, 영주를 대표하는 문화재 중에 하나다. 개인적으로 내가 영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죽계천과 소나무, 바위와 정자 등이 일품이다.
소수서원 자리에는 원래 신라 때 창건된 사찰 숙수사가 있었고 소수서원 부지에서 신라시대의 불상 등 유물이 출토됐다. 그러나 사찰은 소수서원이 들어서기 전에 이미 폐사지였다.
조선 중종대에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은 이곳 출신의 고려시대 유교 성현 ‘안향’을 제사하기 위해 사당을 세웠고, 1543년에 유생들을 교육하는 ‘백운동서원’이라 했다.
1548년 풍기군수로 부임한 이황의 요청에 의해 명종에게 소수서원이라는 이름과 사액을 하사받고 국가 지원을 받아 이어졌으며,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 때도 가치를 인정받아 주요 47개 서원에 포함되어 파괴를 피해 지금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졸업생이 4,2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고 최대 규모의 서원으로 안동 도산서원이 졸업생 20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과히 전국제일의 사립종합대학이라고 할 수 있었던 곳이다.
이곳은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오늘은 서원과 죽계천을 둘러 본 다음, <먼나라 이웃나라>로 유명한 만화가 이원복 선생이 강연한다는 소식에 소나무 숲으로 달려갔다.
경상북도 주관, ‘백두대간 인문캠프’ 가운데 이원복 선생의 ‘한류와 세계유산’강의를 들었다. '이원복 스타일'은 한국 만화계에서 보기 드문 명료한 선의 작화는 매우 안정적이며 가장 친근한 작화방법이다.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되고 수용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은 작화 방식이다.
특히 이번 한류에 대한 강의는 인상적이었다. “지난 1986년, 88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으로 한국이 국제무대에 등장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이후 본격적으로 한류가 시작되더니,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세계인들에게 주목받았다. 이후 바로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빅히트를 쳤고, 현재 ‘BTS’까지 한국 문화가 세계 중심으로 진입했다.”놀랍고 재미난 강의였다.
재미난 강의를 듣고는 잠시 쉬다가 안동으로 이동했다. 안동댐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인근 숙소에서 하룻밤을 유했다. 식당 근처 매점에서 ‘안동사과빵’을 판매하고 있어 놀랐다.
정말 지역에 맞는 아주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상품이었다. 판매도 잘되고 있다고 한다. 가을이라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이제 창밖에 단풍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식사하고는 9시경에 도산면 토계리에 있는 도산서원으로 갔다. 원래 도산서당이었던 곳을 퇴계가 돌아가신 이후인 1574년(선조 7) 퇴계 이황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그의 제자들과 지역유림들이 세웠다.
숙소인 동서재, 현재 공사 중인 전교당(典敎堂:보물 210),상덕사 등이 있다. 1575년(선조 8) 한석봉의 글씨로 된 사액을 받음으로써 소수서원과 함께 영남유학의 중심이 된다.
이 서원의 건축은 모두 무사석계층(武砂石階層)이며 방주(方柱)의 사용이나 초공(草工)을 끼운 대들보의 간략한 가구 등 전체적으로 간소한 편이다. 서원 안에는 약 400종에 달하는 4,000권이 넘는 장서와 장판 및 이황의 유품이 남아 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에는 소수서원 등과 더불어 정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1969년 문화체육부에서 해체 복원하여 면목이 일신됐다. 이곳도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나는 이곳 도산서원에서 출발하여 낙동강 상류를 따라 봉화 청량산의 청량사까지 가는 길을 좋아한다. 강과 산이 있는 멋진 길이며, 퇴계가 간혹 산책하던 길이라고 한다.
오늘은 서원 앞의 강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제 점심을 먹기 위해 하회마을 입구에 있는 ‘목석원’이라고 하는 안동찜닭과 안동간고등어전문점으로 갔다. 연전에도 한번 다녀간 곳으로 마당이 넓고 300명 이상 입장에 가능한 단체 석에 맛도 정갈하여 최고다.
특히 인공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안동찜닭의 깊은 맛과 고등어구이는 지역 특산인 안동소주와 잘 어울린다. 소주 한잔에 찜닭까지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이제 다시 ‘병산서원’으로 이동한다.
안동시 풍천면에 위치한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 선생과 관계가 있는 서원이며,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서도 철폐되지 않은 주요 서원이다. 도산서원과 함께 안동을 대표하는 서원이다.
이곳도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만대루를 비롯한 건축물과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으로 이름이 높다. 특히 병산이라는 이름처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있다.
비 온 뒤의 안개와 고즈넉한 분위기가 절경이다. 나는 만대루에 올라 왼쪽에 나란히 있는 3개의 3정승 봉우리를 본다. 3정승이 나오라는 의미에서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곳에서 영의정은 유성룡 선생이 나왔고, 이승만 정부에서 하회마을 처가의 덕을 본 창량 장택상 선생이 잠시 총리를 지냈다. 서원은 원래 고려 시대 사림의 교육 기관인 풍산현의 풍악서당을 선조 5년(1572년)에 류성룡이 옮겨왔다.
이후 1614년에 병산서당으로 개칭됐다. 철종 14년(1863년)에 사액되어 서원으로 승격했다. 고종 5년(1868년)에 벌어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이 내렸을 때에도 가치 있는 47개 서원으로 지정되어 훼철되지 않고 보호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대대적인 보수가 행해지면서 강당은 1921년에, 사당은 1937년 각각 다시 지어졌다.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에다 구배가 많다. 아무튼 포장하지 않은 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곳이다.
하회마을에서 화산의 산길을 따라 갈 수도 있다. 길 자체는 고즈넉하고 가볍게 등산하기에 좋은 코스며 약 1시간 이상 걸린다. 이곳도 안동이 자랑하는 최고의 산책코스다. 지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길 중에 하나다.
병산서원을 한참 둘러보고 강가를 거닐어 본 다음, 마지막 목적지인 ‘하회마을’로 갔다. 지난 2010년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소이며 별칭으로'하회민속마을' '안동 하회마을' '하회민속촌' 등으로도 불린다.
하회(河回)라는 이름 그대로 강물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고 있다. 도산서원과 함께 안동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본래 풍산 류씨(柳氏) 가족이 살았던 집성촌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중기의 문신이었던 류성룡의 고향이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아직까지 풍산 류씨 성을 가진 주민이 많다. 배우 류시원과 사랑하기 때문에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유재하도 이곳 출신이다. 당연히 이 두 사람도 풍산 류씨다. 또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큰집이 이곳이라 밝힌 적이 있다.
현재 하회마을이 있는 땅은 과거 김해 허씨와 광주 안씨 사람들이 먼저 정착해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고 하는데 차츰 류씨가 늘어나면서 두 가문은 세월이 흐르며 타 지역으로 옮겨갔다.
하회탈의 제작자라는 허도령이라고도 하고 허정승의 묘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금도 허씨들이 묘소 관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회마을에는 여러 가지 민속놀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도 잘 알려진 하회탈춤이 있고 그 외에도 양반 놀이인 선유불꽃놀이와 서민 놀이인 별신굿탈놀이가 있다. 마을 안에 놀이마당이 있으며 무동마당,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양반선비마당, 혼례마당, 신방마당, 파계승마당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마을은 특이하게도 추석 차례를 추석이 아닌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지낸다. 이는 추수가 늦어지는 경북지역 곳곳에 남아있는 풍습이었으나, 거의 사라지고 하회마을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설날 차례는 그대로 음력 1월 1일에 지낸다. 음력 9월 9일, 1월 1일에 가면 갓 쓰고 도포 입은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제례에 대한 촬영도 대개 허용되므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음력 9월 9일에 찾아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평일이면 사람도 적다. 이때는 오전 10시, 11시, 12시 마을 내 3곳의 종가에서 돌아가면서 명절차례를 지내는 것이 특징이다. 도포를 입은 아저씨들과 사진을 찍고 싶으면 정중하게 부탁하면 거의 대부분 흔쾌히 촬영에 응해 준다.
마을의 자산으로는 임진왜란 때 류성룡이 직접 기록한 국보 132호 징비록이 있으며 대표적인 상징물인 국보 121호 하회탈이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고택과 서원이 존재한다.
마을 초입에 세계의 탈들을 전시하는 탈 박물관이 있다. 양진당(보물 제 306호), 충효당(보물 제 414호), 화경당(중요민속자료 제84호)등이 유명한 집들이다. 내부로 들어가는 도로가 하나다.
이 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어가면 일단 하회마을 장터가 나온다. 식당과 기념품점이 모여 있는 하회마을 장터는 하회마을과 작은 고개를 하나두고 분리되어 있다. 강에는 나룻터와 나룻배가 있는데 강을 건너는 나룻배는 주말에만 운영한다.
나룻터에서 강을 건너가면 화천서원이 나온다. 화천서원을 따라서 절벽 정상으로 금방 올라갈 수 있는데 그 곳이 바로 ‘부용대’이다. 부용대에서는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주말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할 코스다.
더불어 하회마을 내부에서 병산서원으로 가는 산책로가 존재하는데 길이 무척이나 수려하다. 안동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멋진 길이다. 도보로 1시간 정도의 짧은 코스다. 1985년 한국야쿠르트 장수마을 CF 때 촬영장소로도 소개된 적이 있다.
CF 모델은 하회마을 원주민들이며 여기에 하회탈을 직접 만드는 과정도 공개됐다. 1999년 4월 21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 당시 하회마을을 찾아 생일잔치를 치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 뒤 인 지난 5월 14일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방문했다. 2005년 11월 13일 미국 제41대 대통령 조지 부시가 방문했다. 2009년 8월 미국 제43대 대통령인 조지 워커 부시가 방문했다.
지난 2010년 8월 경상북도 경주시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명소로 등재됐다. 2014년 1월 하회마을 북촌댁구역에서 화재가 났다. 덕분에 마을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아무튼 재미난 곳이다.
이번 주말은 춘수랑 주마간산으로 영주와 안동의 다양한 유적지를 돌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부석사,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 하회마을은 정말 멋진 곳들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3번이나 간고등어구이를 먹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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