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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편지 29

푸른하늘김 2019. 9. 12. 03:22

<한강 편지 29>

 

소슬해진 가을 바람을 반겼더니, 느닷없는 가을 장마가 길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지난 토요일인 9월 7일에 수도권을 할퀸 태풍 링링의 기세는 대단했습니다. 한강조합이 일하는 샛강과 장항습지에서 버드나무들의 피해가 막심했네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주말에 비상근무를 자처하여 나와 태풍이 치고 지나가는 샛강을 보았습니다.

잠시 바람의 기세가 잦아드는 사이, 안전모를 쓰고 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거대한 버드나무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진 것이 대강 눈어림으로 보아도 100 그루는 되어 보였습니다. 영양과 물기가 많은 샛강공원이라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고 살아왔던 탓이려니 합니다…

허공을 향해 뿌리를 드러낸 버드나무들을 보며 삶의 아이러니를 생각합니다. 좀더 척박한 땅에서 뿌리를 내렸다면 지상에 단단히 존재를 붙들어 매었을 것이고, 하늘로 올린 가지와 잎들도 덜 무성해 바람을 적게 탔을 ㅌ니인데, 샛강의 버드나무들은 이런 큰 시련을 예견하지 못한 것일까요.

태풍 링링이 지나가고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열세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노을공원시민모임에서 엔진톱 2개와 요긴한 장비들을 급파해주었고, 노을공원에 오던 자원봉사자들을 샛강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해주었습니다.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저희는 이 김에 태풍과 자연에 대해 배워보고, 함께 다시 숲을 복원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합니다. 당장은 많은 일손이 필요합니다. 가급적 매일같이 자원봉사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쁜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어제 9월 9일자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환경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창의 혁신형으로 지정을 신청했는데, 환경부에서는 한강조합의 ‘혁신과 비전’ 그리고 그것을 위해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노력을 알아주었다고 봅니다. 조합원 선생님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추석이 좀 이른 편이지요.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가을이 오고, 또 금새 추석이네요. 추석에는 가족을 만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또 조용히 휴식을 갖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거나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 분들도 꽤 있으실 것이고요.

어디 계시든, 어떻게 보내시든, 휘엉청 달이 솟으면 달님 한 번 올려다보면 좋겠습니다. 마음 속으로 바라는 것들, 좋은 사람들도 떠올려 보시고요. 가만히 소원을 빌어봐도 좋지 않을까요. 여건이 되신다면, 어려운 이웃들 한 번 더 돌보고, 먹을 것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잦은 비와 변덕스런 날씨에 건강 유의하세요.

한강 선생님들께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아래 사진은 우리 한강조합이 열심히 가꾸고 있는 장항습의 석양입니다. 가시박을 벗어낸 시원한 모습과 다시 활발해진 기운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