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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편지 27_ 샛강의 여름 2019.08.11 한강 선생님들께,

푸른하늘김 2019. 8. 11. 14:43

한강 편지 27_ 샛강의 여름

2019.08.11

 

한강 선생님들께, 입추가 지나고 선선한 날이 바로 올 줄 알았더니 여전히 무덥습니다. 특히 어제 토요일은 폭염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샛강에서 일을 하려니 푹푹 찌더군요. 그나마 오늘 아침 창을 여니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지난 화요일 (8.6)에는 한강조합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이사회라고 자랑하고 싶은 이사회였습니다. 사무국에서는 상반기 보고와 안건들을 세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탐나라에서 오신 강우현 이사장님은 호방하게 문서를 보지 말고 눈을 맞추며 보고할 수 있는 것만 보고하라고 하시고, 사무국장은 생글생글 웃으며 요점을 보고 드렸고 칭찬받았습니다. ^^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들에겐 무조건 도와주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신 이사장님 말씀에 다들 공감해주셨고, 이사회는 일사천리로 끝났습니다. 막걸리로 서로 격려하고 계획을 지지해주는 화기애애한 저녁이었어요. 올해 반년 동안 저희는 샛강에서, 장항습지에서, 또 여주 남한강에서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여름이 되어 한강길을 만드는 팀이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걷고 있고요. 이른 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기세로 더 많은 일, 더 전문적인 일들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사회 안건으로 조경식재공면허 취득과 이를 위한 1억원 출자금 증좌를 결의했습니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은 조합원들이 한강의 일원이 되어주시면 저희는 큰 힘을 받습니다.

 

여름의 절정이라 샛강과 장항습지에서 생태교란종의 기세가 하늘을 찌릅니다. 장항습지에서는 박평수 이사를 비롯한 전문 일꾼들이 일주일에 나흘을 꼬박 땀에 젖어 가시박과 환삼덩굴 제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샛강에서는 비가 내리는 지난 수요일에 자원봉사자들과 노을공원 팀의 지원으로 생태교란종 관리를 했습니다. 어제 폭염 속에서도 9명이 일을 했고요. 오는 17일에는 대대적으로 이열치열 자원봉사를 펼칩니다. (웹자보 첨부합니다.) 정말 덥고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노동이지만, 하고 나면 드나무 몇 그루 구했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활동에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조합원도 계셨습니다. ^^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이 된 한강조합은 모든 후원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으실 수 있어요. 그러니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주시면 더 열심히 일하는 데 쓰겠습니다. (계좌: 우리은행, 1005-903-602443) 금요일에 장항습지를 다녀온 노을공원시민모임 강덕희 국장님이 버드나무와 가시박 사진을 찍은 걸 보았습니다. 그 사진을 보며 은미 국장이 느낀 점을 적어보았어요.

 

<어린 버드나무와 거대 가시박>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여전히 기억에 선명합니다. 어린 학생의 허리를 휘감아 잡아채는 무시무시한 거대 괴물. 한강에서 솟아난 그 괴물은 미국이 불법 방류한 독극물을 먹고 한강에 자라난 것으로 나오죠. 한강에서 괴물이 자라나고, 그 괴물이 순수하고 맑은 어린 소녀를 잡아갑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딸을 찾아 사투를 벌이지만, 고립과 외면과 감염의 공포만 가득합니다. ‘나만 아니면 되겠지, 운이 나빠 감염이 된 인간들은 이 사회에서 배제하면 되겠지그러한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망, 공범의식을 건드리는 것이 영화 <괴물>이기도 하지요.

(영화 <기생충><괴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장항습지 사진 한 컷을 보며 영화 <괴물>이 생각났습니다. 어린 버드나무를 잡아먹으려는 듯이 감싸기 시작한 거대한 가시박, 영화 속 괴물과 위용이 비슷합니다. 영화 속 아버지 (송강호 분)와 비슷한 사람이 한강조합 박평수 이사. 대체 한강하구 어디쯤에 있는 사람이 살지도 않는 습지가 뭐라고 우리가 애를 써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며 외면한다면 어린 버드나무들, 이어서 어른 버드나무들이 차차 다 괴물 가시박의 습격으로 죽음을 맞게 될 것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괴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가시박은 식물이지만, 살아 움직이며 저항합니다. 어린 버드나무를 구하는 일에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한강에 오시면 재미있는 일들, 보람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당장 17일에는 샛강 생태교란종 관리 행사가, 30일에는 한강 1주년을 기념하여 선유도에서 샛강까지 걷기 행사도 할 거예요. 자세한 소식은 또 올리겠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좋은 날들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한강 사무국에서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여의도역 1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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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계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우리은행 1005-903-6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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