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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은 공원 보존. 권태선

푸른하늘김 2019. 7. 31. 13:25

미세먼지가 두렵다면 도시공원부터 지키자/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지난봄 대기 정체 현상으로 극심한 미세먼지 오염을 겪은 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등 언론의 표현은 과장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미세먼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속해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배출원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배출된 오염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대표적인 게 도시공원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 결과, 도시공원은 미세먼지라 불리는 PM10을 25.6%, 초미세먼지라 불리는 PM2.5를 40.9%까지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시공원은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춰 폭염 피해 방지에도 효과가 크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저감과 폭염 등 기후변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시공원을 늘려 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른바 공원일몰제에 따라 공원용지로 묶여 있던 지역의 절반에 가까운 340㎢가 앞으로 1년도 안 남은 내년 7월엔 공원지역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우리 사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과 삶의 질에 도시공원이 갖는 중요성을 주목해온 시민사회 단체들은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을 꾸리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정부는 지난해 실효 대상 공원 부지의 40%도 안 되는 130㎢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민간 특례사업과 지방채 이자 지원 등으로 지방정부의 공원 조성을 독려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그 성과는 크지 않았고, 오히려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에 시민행동 쪽은 총리실 산하 시민사회발전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청했다. 시민사회가 요구한 추가 대책은 국공유지 실효 대상 제외, 지방채 원금 지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특혜 축소, 도시자연공원구역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이었다. 이후 시민사회발전위와 정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고, 정부는 지난 5월 말 국공유지 실효 유예,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문제점 보완 및 지방채 이자 지원 확대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놨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민관 협치의 긍정적 사례로 평가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대책을 통해 정부가 언명한 220㎢의 공원용지라도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재정자립도가 평균 30% 수준인 지방정부에 지방채 이자 지원 확대는 제대로 된 유인책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공원용지 실효를 기다려 개발이익을 얻으려는 토지주나 특례사업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발업자들의 반발과 방해를 막을 방법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공원은 미세먼지나 기후변화의 대응책이란 점에서 중앙정부가 더 큰 재정 부담을 지는 게 마땅하다. 최소한 지방채 원금의 절반 정도는 중앙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만의 힘으로 이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수는 없다. ‘안개 낀 런던거리’란 표현처럼, 과거 대기오염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런던이 대기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데는 일찍이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등을 통해 공원을 지키고 가꿔온 시민들과 그들의 노력에 동참한 기업들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라고 못할 까닭이 없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 집 밖의 공기청정기인 내 주변의 공원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1년도 안 남은 공원일몰제로 공원이 사라지기 전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