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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비를 맞다 - 임성숙 시인

푸른하늘김 2019. 7. 3. 09:19

날비를 맞다 - 임성숙 시인(1933년 공주출생, 공주사대 졸업)

 

피어나기를 고대하던 연꽃

보러 가는 길인데

갈 길은 아직 먼 길인데

우산도 없이 날비를 맞는다

 

걸친 옷을 거침없이 통과

살갗을 뚫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날비를 맞는다

 

오슬오슬 떨려오는 온 몸으로

지탱하는 나에게서

비가 지나가기를 소나기처럼 지나가기를

하늘 우러러

두 손 높이 들어올려 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

가던 길을 두 손 든 채 걸어간다

시린 가슴에

갓 피어난 연꽃 꽃다발처럼

한 아름 비를 안고 걸어간다.